[나도 독서 고수]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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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상한 의사와 함께하는 존 레논의 의미심장한 변비 탈출기!’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북스토리) 뒷표지에 실린 문구이다.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땐 ‘변비 탈출기’라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에 사로잡혔었다. 천하의 존 레논이 변비에서 고생 끝에 탈출하는 이야기라니, 비틀즈의 ‘비’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그 이름의 유명세에 한번 속아줄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책의 포인트는 문구 말미의 ‘변비 탈출기’가 아니라, 그 앞에 위치한 ‘의미심장한’이라는 어구에 있다.  

이야기는 존이 여름휴가를 지내는 일본의 가루이자와에서 시작된다. 더운 여름, 마치 더위 먹은 사람처럼 존은 환상과 악몽에 시달리고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을 느끼는 등 점점 커져가는 고통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담당의사는 존의 진료가 끝나자마자 짐을 싸서 여름휴가를 떠나버린다. 당연히 대충 진행된 진료와 처방이 신통할 리 없었다. 존은 가시지 않는 고통에 휩싸이는데, 이쯤되니 휴가가 수상한 것이 아니라 존이라는 인물 자체가 수상하다.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책의 초입에서 존이 빵가게에서 환상에 사로잡혀 그 뒤를 쫓다가 ‘웃는 다리’를 만나 공황상태를 겪는 장면을 잘 곱씹으며 보았다면 답은 얼추 나온다. (물론 답의 일부이긴 하지만) 존은 그의 과거와 관련된 중요인물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 첫 사건을 계기로 과거 좋지 않은 사건들로 얽혔던 인물들이 존의 기억 속에서 그를 괴롭히게 되고, 이 즈음에 존은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가게 된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병원에 찾아간 존은 드디어 존의 휴가보다, 그리고 그 존 그 자체보다 훨씬 수상한 의사와 마주한다. 그의 치료 덕분에 존의 수상한 휴가는 평온한 휴가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주인공 존보다 더 주인공같은 역할을 하는 의사는 작가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이라부 의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공중그네』, 『인 더 풀』에서 보인, 환자를 설탕밭에서 굴리는 듯 끈적끈적하고 우스운 기질이 아직 다분해 보이지는 않지만, 오쿠다의 ‘이라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에 동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 단지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책 속 의사의 말처럼 이 책을 읽기 전엔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모두 떨쳐버리자. 기존의 비틀즈가 어쨌고, 존 레논이라는 사람은 본래 어떠했고를 일일이 비교해가면서 책을 읽다가는 작품의 매력과 메시지를 놓치기 십상이니 말이다.

김혜리 <대학생·충북 청주시 봉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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