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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여성의 틈새 일자리 평생학습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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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는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이 경제활동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2007년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61.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스웨덴이 78.2%, 미국이 69.1%인 데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우리의 여성취업 지원 제도와 노동시장의 차별구조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비경제활동 여성이 취업할 때 희망하는 고용형태는 자영업이나 시간제 업무 등을 선호하고 있다. 직장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보육이나 교육을 돌보고, 가계에 보탬을 주면서 자아실현도 이루려는 다중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저임금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비경제활동 여성에게는 고용의 틈새시장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그런 좋은 사례 중의 하나가 대전시 대덕구의 시범사업인 평생학습 배달강좌제다.

요즘 대덕구에는 ‘학습이 자장면처럼 배달됩니다’라는 흥미로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이 배달강좌제는 다섯 명 이상이 모여 평생학습 주제를 정해 강사 파견을 요청하면 구청이 무료로 여성 강사를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학습을 통해 새로 강사 자격을 취득한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에게는 평생학습 욕구를 충족해준다. 파견된 강사는 월 20시간 기준으로 60만원의 강사료를 구청에서 받는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경제활동 여성에게 실효성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성 특화형 일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중앙이나, 지방이나 부서 간에 개별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연계성이 부족하고 협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차원에서는 기존의 일자리 관련 기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즉 학습과 노동, 복지를 이어주는 평생학습 시스템 중심으로 광역자치단체 산하에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기구로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을 조속히 설치해 학습과 고용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창기 대전대 교수·행정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