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람들]청와대 수석 인선내용…능력·청렴·지역안배 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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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발표된 새 정부의 첫 청와대수석 인선내용은 향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국정운영방향.인선기준 등을 가늠할 잣대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일단 金당선자측이 내놓은 지역안배.청렴성.능력위주의 3대 인선기준은 어느 정도 충족된 셈이다.

'청렴성' 은 청와대.안기부 등의 존안자료를 통해, '능력' 은 주변평가와 1대1 면접 등을 통해 검증했다.

출신지역별로는 수도권 (文喜相정무).충청 (金泰東경제).전남 (朴智元공보).전북 (康奉均정책기획).경남 (曺圭香사회복지).이북 (林東源외교안보).경북 (金重權비서실장) 등으로 배분했다.

지역안배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안주섭 (安周燮) 경호실장 (전남) 까지 포함하면 호남출신이 8명중 3명이긴 하지만 청와대수석은 최측근 보좌진이란 점에서 '내사람' 의 포진은 이해가 간다.

막판에 정무수석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이강래 (李康來) 특보와 임동원 외교안보.김태동 경제수석내정자 등의 자문그룹이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계 (문희상.박지원).학계 (김태동).관계 (강봉균.조규향).군 (임동원) 출신 등으로 경력별 배분을 한 대목도 눈에 띈다.

6공 (共) 출신인 金실장과 김영삼 (金泳三) 정권의 현역장관인 康정책기획수석내정자를 기용한 것도 흥미롭다.

“능력있는 인물이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 는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집권경험이 없는 야당인 탓에 인재 풀 (Pool) 이 취약했고,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감정과 기득권세력의 위기의식 등을 고려해 화합의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안배와 능력있는 과거인사의 수용이란 외형적 틀은 곧 있을 조각에서도 유지될 전망이다.

또 복수추천을 통한 언론 내지 여론검증 방식도 조각에 그대로 준용될 것이라는 게 金실장의 전언이다.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金당선자의 인사스타일이다.

金당선자는 과거 야당총재시절 당직이나 국회직 배분때도 손쉽게 낙점해주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죄며 경합해야 했다.

이번 복수 인선안 발표와 언론검증 절차도 당사자들에겐 '지옥같은 72시간' 이었을 것이다.

金당선자는 이 과정을 통해 “유력한 후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는 메시지를 던져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석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한편 함부로 권한남용을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수석후보에 올랐던 면면들이 '세력' 을 형성하지 않는 성향의 인물들이란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 수석들이 편만들기를 하면 국정에 혼란이 생긴다는 인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金당선자는 또 상호견제와 균형에도 상당히 신경쓴 듯하다.

보수와 진보성향의 인사를 함께 포진한 것이나, 옛 실세그룹의 文정무와 신 (新) 실세그룹의 朴공보수석내정자를 나란히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힘을 어느 한쪽에 실어주지 않는 金당선자의 용인술 (用人術) 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석들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문제인데 김중권실장의 조직은 축소됐지만 역할마저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발언은 귀담을 만하다.

수석들이 '과욕' 을 부리지 않는 한도안에서 제대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느냐는 새 정부의 순항여부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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