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깨지나…민노총, 힘들여 맞잡은 손 뿌리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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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노총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의 합의사항을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키면서 노사정 합의가 지켜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段炳浩) 는 10일 재협상 요구와 함께 정리해고제가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즉각 파업에 돌입한다는 강경입장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힘겹게 성공한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가 다소 퇴색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됐다.

특히 민주노총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위기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은 민주노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대로 정리해고제 등 노사정위가 합의한 10개 의제 관련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사실 노사정위 타결 전날까지도 국민회의 안에선 민주노총과 함께 갈지 여부를 놓고 적지않은 논란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합의타결' 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한광옥 (韓光玉) 위원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국민회의측은 일단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다.

韓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결정은 선거를 앞둔 조직내부의 문제" 라고 일축했다.

여론추이로 볼 때 민주노총이 파업을 결행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파업에 들어가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초토화될 것" 이라고 거꾸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고민에 빠진 듯하다.

민주노총이 계속 강경입장을 고수할 경우 민주노총을 빼고 노사정위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민주노총은 아직 노사정위 탈퇴를 결정하진 않았다.

1차로 26, 27일 치러지는 민주노총 위원장선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회의는 이에 따라 당내 노동계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막후 채널 가동에 들어갔다.

다른 한편으론 당내에 부당노동행위 대책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현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책마련에 본격 나섰다.

10일 국민회의 당직자회의에서 '고통나누기 실천운동본부 (위원장 柳在乾)' 를 발족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 시민의 마음을 움직여 민주노총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노사정위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공식화해 노동계측과의 대화채널에 무게를 더욱 실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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