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씨 작품전…26일까지 금산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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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예술가들은 기계가 싫다고들 한다.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기계 구조가 자유로운 상상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기계적 구조가 싫다면 그럼 기하학적 상상력은 어떨까. 26일까지 금산갤러리 (02 - 735 - 6317)에서 열리고 있는 김주현 (33) 씨의 작품은 기계적 구조에서 상상력, 즉 기하학적이며 질서정연한 구조가 압박해오는 연속과 반복의 미학을 불러내는 작업이다.

함석판을 길게 혹은 짧게 잘라 경첩을 끼워 무수히 서로 이어붙인게 그녀의 작업이다.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이 다시 셋이 되면서 무수히 이어지는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구조는 다분히 자동반복적이고 자기복제적이다.

따라서는 잎살을 뻗친 나뭇잎 같고 칼로 베낸 식물의 줄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구조가 반복되는 질서는 원래 자연적이다.

자기복제 역시 자연의 법칙 중 하나다.

차가운 금속으로 자연적인 질서를 표현함으로써 묘한 어긋남이 생기고 그런 어긋남이 보는 사람에게 상상의 기폭제를 제공한다는 것이 김씨가 노린 바다.

나아가 평범한 재료를 단순하게 반복하는 것만으로 예상치 않은 상상력까지 불러들이는 것이 그녀가 진정 바라온 '젠체하지 않는 예술' 의 미학이다.

김씨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마치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학에 유학했다.

이번 개인전은 3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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