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인사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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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대 중국의 유교 (儒敎) 정치사상은 붕당 (朋黨) 정치를 금기 (禁忌) 로 삼았다.

귀족들의 권력투쟁을 부추기는 제도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그 이론도 송 (宋) 나라 때 구양수 (歐陽修) 나 주희 (朱熹) 등 탁월한 학자들이 "붕당정치도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올바른 정치의 기틀로 삼을 수 있다" 는 이론을 제기하면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붕당을 공도 (公道) 의 실현을 추구하는 '군자 (君子) 의 당' 과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소인 (小人) 의 당' 으로 구분하면서 앞의 것을 '진붕 (眞朋)' , 뒤의 것을 '위붕 (僞朋)' 이라 규정했다.

군주가 진붕을 육성하면 정치가 편안해질 것이며, 군주까지 끌어들여야 가장 이상적인 붕당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논리다.

'이상적인 붕당정치' 를 위한 군주의 역할이 바로 '올바른 인사 (人事)' 라는 것이다.

권력의 맹목적 추종자를 중용 (重用) 한 잘못된 인사가 당쟁 (黨爭) 과 사화 (士禍) 의 불씨가 되고, 국가 정치를 혼란 속에 빠뜨린 조선조 중기는 그릇된 붕당정치의 전형이었다.

이익 (李瀷) 은 그 무렵의 일을 '관원소이응조다 (官員少而應調多 : 벼슬자리는 적은데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라고 표현하면서 붕당정치를 부추긴 가장 나쁜 요인으로 꼽았다.

이익의 논리에 따르면 새로운 자리에 앉혀야 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임명권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인사는 반드시 그에 불만을 품거나 원망하는 무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무나 함부로 벼슬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 공정한 평가로 무능한 자를 도태시켜야 하며, 적임자는 오래 그 일을 맡도록 해 부정을 막아야 한다" 고 충고한다.

이익의 가르침은 현대정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느 나라건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권력자의 인사 스타일은 바로 그 정권의 향방을 가름할 만큼 중요하다.

5년전 이맘때 출범한 정권은 '인사가 만사' 라며 제법 신중을 기하는 듯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망사 (亡事) 요, 만악 (萬惡) 이 아니었던가.

예의 '깜짝 쇼' 를 의식했음인지 차기 정권은 후보를 복수발표하는 등 인사 스타일에 있어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양인데 그런 방식이 꼭 국민들을 만족케 하는 것은 아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는 속담의 참뜻을 이해하는 '첫 인사' 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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