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의 탈출 고실업시대]2.3D를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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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90년대초 산업현장에 '3D기피현상' 이 생겼다.

근로자들이 임금 상승에 따라 더럽고 (dirty).힘들고 (difficult).위험한 (dangerous) 일을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실업률이 3.1%, 실업자가 65만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그 빈자리를 외국인근로자들이 하나 둘 메워 어느덧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불균형은, 구인자는 기술.기능직을 원하는데 반해 구직자는 사무관리직을 선호하는 등 서로의 '일 궁합' 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실업자들 중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무관리직 종사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실직후에도 대부분 사무관리직 재취업을 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있는 사람도 감원하는 판국에 기업에서 사무관리직을 중도에서 채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사무관리직만을 고집하는 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발상의 전환' 이 요구된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3D업무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정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중소제조업체에 다니는 K차장의 케이스를 보자. 대기업 부장에서 명예퇴직한 그는 사무관리직 재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자신의 몸값을 낮추어 중소기업 사장의 운전기사로 취직을 했다.

그는 일이 있고 출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열심히 근무했고 그의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한 사장은 대리를 거쳐 6개월만에 총무차장으로 발탁승진시켰다.

그가 처음부터 관리직을 희망했다면 재취업은 어려웠을 것이다.

3D를 선호하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기술.기능을 배우거나 눈높이를 낮추면 재취업은 쉬워진다.

반면 3D 기피자세를 유지한다면 장기실업자로 전략할 지도 모른다.

현재의 실업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용사정이 더 악화되기 전에 '3D를 선호하는 마음' 으로 재취업의 높은 파고를 뛰어넘어야 한다.

양병무〈經總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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