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버트 나이스 IMF실무단장 서울대 세미나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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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 (IMF) 실무협의단장이 모처럼 긴장된 회의장을 벗어나 서울대 교수.학생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가졌다.

7일 서울대 사회학부 경제학과 초청으로 'IMF가 보는 한국경제' 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 나이스단장은 쏟아진 교수와 학생들의 질문에 시종 유머를 섞어가며 두 시간동안 성실하게 답변했다.

특히 한국의 외환위기의 특수성에 관한 대목에서는 "IMF도 일찌기 경험해본 적이 없는 유형이어서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 솔직히 인정했고,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금리정책등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밝혔다.

- 한국의 상황에 고금리 정책이 꼭 필요하고 맞다고 생각하는가.

“금리정책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외환위기에 직면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전제는 옳은 것이다.

12월의 위기는 국가부도에 가까운 심각한 상황이었고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IMF가 30%이상의 금리를 요구했던 것이다.

사실 IMF는 홍콩의 경우처럼 금리인상이 곧 외환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고금리는 유지될 수 밖에 없었다.

1월중에는 외채협상 타결등으로 상황이 개선됐다.

최근 금리는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말 32%였던 콜금리가 2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금리의 추가인하는 환율안정에 달렸다.

아직도 외환시장이 완전히 안정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 섣불리 금리를 더 내렸다가는 혼란이 재현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동안의 희생과 고통도 무위로 돌아간다.

따라서 당분간 금리정책은 아주 신중하게 집행돼야 한다.”

- 왜 금리가 하필 30%여야 하는가.

어떤 근거가 있는가.

“솔직히 30%라는 숫자는 아주 임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 25%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혼란이 계속됐다.

그래서 30%, 심지어 그 이상 금리를 올리도록 요구했다.

금리수준을 처음부터 정했다기보다 필요한 만큼 올려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을 뿐이다.

30%는 우연히 정해진 것이다.”

- IMF는 국내은행들에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3개월내에 맞추라고 요구해 기업의 부도사태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IMF 프로그램에 대해 엄청난 오해가 있었다.

IMF는 은행의 건전성 회복과 국제적인 기준의 확보를 위해 융통성 있는 조건을 제시했을 뿐이다.

오히려 은행들이 너무 열성을 보이는 바람에 대출을 줄이는등 실제 요구한 것 이상의 조건을 억지로 맞추려 한 것 같다.”

- 한국의 외환위기와 관련, 잘못된 투자결정을 내린 채권은행들도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IMF의 구제금융이 투자위험에 책임을 지우지 않아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 를 불러온다는 비판에 동감한다.

하지만 IMF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고 잘못 투자한 은행들을 벌줄 수 있는 입장에 있지는 않다.

다만 이번 뉴욕협상에서도 IMF와 미국.일본 정부등은 채권단이 만기연장에 고금리등 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막후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한편 그는 한국 정부관리들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지난 79년 2차오일쇼크때 IMF와의 협상을 맡았던 김재익 (金在益) 당시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을 높게 평가했으나 현재의 관리들에 대해선 난감한 표정으로 언급을 회피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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