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 '재금융공사' 곧 등장…외국자본 끌어다 국내기업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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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로운 외국자본을 끌어다 국내기업에 투자하는 초대형 투자은행인 '재금융공사 (Refinancing Corporation)' 가 곧 등장한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 만 해온 반면 재금융공사는 기업증자에 참여하고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등 '투자' 에 직접 나서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금융공사에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민간자본이 공동출자하게 되며 ▶기업증자 등 자본투자▶부실채권 인수▶대형사업 자금조달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맡게 된다.

올해초 방한 (訪韓) 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에게 재금융공사 설립을 권했던 국제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회장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로스 회장 등 외국자본이 대거 참여하면 국내 신용도 회복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8일 "金당선자 지시로 정부와 국민회의.연구기관.외국금융기관 등이 합동으로 작업을 해왔다" 며 "최근 발기인 선정 등 실무검토를 마무리지었다" 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재금융공사를 설립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키로 하고, 이번주부터 야당인 한나라당을 설득하게 될 것" 이라며 "재금융공사를 통해 50조~60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투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업에 참여해 온 외국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출자에 참여함으로써 재금융공사가 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한결 쉬워질 것" 이라며 "소로스 회장을 비롯한 외국자본은 한국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며 재금융공사를 통한 국내기업 투자를 괜찮은 장사로 여기고 있다" 고 말했다.

재금융공사는 특히 부실채권 인수에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

성업공사가 정부차원의 부실채권정리기구라면 재금융공사는 국제적인 부실채권정리기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예컨대 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기아자동차 부채를 재금융공사에 넘길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이 짐을 덜어 대외신인도가 올라가면서 외화조달이 수월해지고, 재금융공사도 추후 기아자동차가 살아나거나 제3자에 매각되면 인수한 부실채권의 가치가 상승해 이익을 보게 된다.

재금융공사는 또 대형 공공.민간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대형사업을 맡아 사업자 선정.채권단 구성 등 실무 일체를 관장하고, 특히 외화조달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재금융공사 설립에 대해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가 살아날 경우 외국자본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 주는 등 국부 (國富) 유출 가능성이 다분하고 또 외국자본이 정부출자로 인해 더 안전해진 재금융공사와의 거래를 늘리는 대신 국내 민간금융기관과의 거래는 줄이는 부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할 일을 민간으로 넘기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개입한 초대형 금융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또다른 관치 (官治) 를 낳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金당선자측 관계자는 "재금융공사 운영은 국제금융에 밝은 국내외 민간전문가들에게 철저히 맡길 것" 이라고 말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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