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돌아온다]中.스승과 노동자…교사간 갈등 화합으로 극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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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을 경험했던 박인구 (朴仁九.39.면목고) 교사는 최근 전교조 합법화 소식이 나온 뒤 한 학부모로부터 “앞으로 선생님이 노동자가 된다는데 (아이에겐) 별일 없겠느냐” 는 우려 섞인 질문을 받았다.

89년 7월 전교조 쟁의국장을 맡으면서 해직됐다 94년 복직한 朴교사는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 교사' 모습이 일반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같다” 고 씁쓸해했다.

동료 교사들과의 얘기 자리에서 '6.25는 북침' 이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과 함께 학교에서 쫓겨났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복직한 趙모 (41) 교사도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되돌리느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 로서의 스승과 임금.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상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교실이 이념투쟁의 장이 되지는 않을 것인가.

교원의 정치활동이 가능해지면 선거때마다 학교가 정치판이 되는 것은 아니겠는가.

10년만에 돌아오는 전교조를 계기로 제기되는 일반인들의 우려다.

하지만 복직 교사들은 “좌경교육으로 매도된 열린교육이 문민정부 들어 교육개혁안에 들어갈 만큼 사정이 달라졌고 복직교사들의 나이도 30세 후반에서 40세 중반까지로 보수화될 만큼 됐다” 며 “임수경양 방북으로 공안정국이 조성됐던 서슬 퍼런 시절을 지금과 대비하는 것은 곤란하다” 는 입장. 이수호 (李秀浩) 전교조 수석부위원장도 “촌지받는 교사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땀 흘리는 노동자중 어느 쪽이 진짜 스승인지 학부모와 학생들은 알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에 따라 촌지 안받기.교실 조도 높이기.강제적 보충교육 철폐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적 과제를 선정, 추진해 과격한 종전 이미지를 불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고명중 박명철 (朴明哲.50) 교사는 “지시 일변도로 학교를 이끌어온 재단 이사장이나 교장들이 교사 집단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생각하기까지엔 갈등이 불가피하다” 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장 등 관리직과 평교사의 다툼을 줄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으로부터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의사반영 통로가 절실하다.

수원대 교양학부 강인수 (姜仁壽) 교수는 “초.중등교육은 공교육이고 국가.교사.학부모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며 “자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라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공식기구를 통한 대화와 타협 등 의견조율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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