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김광섭 (金珖燮.1905~77) 의 시에는 재주가 들어있지 않다.
그것을 김수영은 굳이 '영국적인 재조' 라고 했다.
밋밋한 낮은 목소리로 대상 없는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저 일제말 4년을 서대문형무소의 햇빛 없는 9사상 (九舍上) 작은 감방에서 지낸 그 시절의 고적이 내내 배어 있었던가.
이 시는 차라리 우주보다 삶의 하염없는 기원을 노래한다.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