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광섭 '저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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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김광섭 (金珖燮.1905~77) 의 시에는 재주가 들어있지 않다.

그것을 김수영은 굳이 '영국적인 재조' 라고 했다.

밋밋한 낮은 목소리로 대상 없는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저 일제말 4년을 서대문형무소의 햇빛 없는 9사상 (九舍上) 작은 감방에서 지낸 그 시절의 고적이 내내 배어 있었던가.

이 시는 차라리 우주보다 삶의 하염없는 기원을 노래한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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