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등 떨어질듯…공정거래위원회, 31개 경성 카르텔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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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변호사협회나 세무사회 등 사업자단체들이 실질적인 가격 담합을 할 수 있는 방패로 쓰였던 각종 제도들이 폐지된다.

아울러 과당경쟁 방지.수출촉진 등의 명분을 내세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업계를 조정해온 제도들도 개선된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59개 법령.72개 제도에 걸쳐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성 (硬性) 카르텔 (사업자간에 가격담합.시장분할 등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공동행위) 중 31개 제도를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올해중 폐지하고 25개 제도를 수정.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자단체가 정한 상한가가 실질적인 담합가격이 되다시피해온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인회계사 (증권거래위원회) ▶세무사 (세무사회) ▶변리사 (변리사회) 등에게 주던 비용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정비 요금이나 수의사 진료비 등도 경쟁이 벌어지면서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건설교통부가 해외공사 수주경합을 조정하고, 농림부가 농수산물 수출업자를 지정해 수량.가격을 조정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경쟁을 제한해온 제도들도 폐지돼 업계자율에 맡겨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각료이사회에서 '경성카르텔 금지권고' 채택이 확실시됨에 따라 카르텔들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크게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가 만연하는 나라로 한국.일본을 지목한 바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각종 제도.관행에 의해 국내외 경쟁에서 보호받아온 국내 사업자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공정위의 수술작업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호사.세무사.변리사 등 전문 자격사들의 보수산정 상한가 폐지는 이미 공정위에서 여러번 추진하려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원래 이 제도의 취지는 전문자격사들이 가격횡포를 부릴 것에 대비, 사업자단체들이 상한선을 정해 소비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한가가 일종의 표준소매가격처럼 담합현상을 초래해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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