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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 승진 티켓은 5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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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흥미로운 것은 매관매직이 주로 지방에서, 그것도 5급 사무관 승진을 둘러싸고 벌어진다는 점이다. ‘시장가격’도 형성돼 있다. 행정직은 5000만원, 자리가 잘 나지 않는 기술직은 1억원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공직에서 파면되는 것은 물론이고 구속을 피하기 힘든데도 매관매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공하기만 하면 서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먼저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 지난해 말 지방공무원법이 개정돼 2014년이면 모든 공무원의 정년이 60세로 같아지지만 개정 전까지 6급(주사)의 정년은 57세, 5급은 60세였다. 연봉을 6000만원으로 잡을 때 사무관이 되면 3년 동안 1억8000만원을 더 벌게 된다는 계산이다. 5000만원을 투자해 4배 가까이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투자에 주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음은 연금이다. 공무원 근무 기간 전체의 소득 평균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긴 하지만 현행 산정 기준은 퇴직 직전 3년치 평균 보수다. 5급과 6급의 봉급 격차가 연금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사무관이 되면 이 같은 실리뿐만 아니라 명예까지 덤으로 온다. 한 계급 차이에 불과하지만 6급은 실무자, 5급은 시·군의 과장이나 면장으로 천양지차다. 지역사회에서는 유지 반열에 오른다. 족보에 ‘사무관’으로 기재되는 것은 물론이고 죽은 뒤에는 차례상에 붙는 지방(紙榜)까지 달라진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에서 ‘학생’이 ‘사무관’으로 바뀌는 것이다.

시장·군수·구청장 입장에서 보자. 승진 인원의 4배수 안에 든 사람이라면 그중 누구를 낙점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다. 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들러리에 불과하다. 단체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인사위원으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량권이 크다는 얘기다.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돈을 싸 들고 오는 사람이 줄을 선다. 4년마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단체장은 ‘실탄’이 필요하다. 이런 여건에서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단체장이 취임할 때 “나는 절대 돈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서약하도록 하고,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상우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