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장애인 13명에게 재활마사지·목욕봉사 4년째 김명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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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 다리를 오그리지 말고 장롱에 기댄채 쭉 펴보세요.” 4일 오후7시40분쯤 마포구망원3동 한 허름한 3평짜리 단칸방. 반신불수인 김명호 (金明鎬.41.마포구망원2동) 씨가 왼손과 왼팔만 사용해 중풍으로 몸이 마비된 노인에게 맛사지를 해주며 운동을 시키고 있다.

金씨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36세때인 92년1월. 주류회사 영업과장으로 하루 3백㎞를 돌아다니는등 바쁜 업무속에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金씨는 어느날 갑자기 오른쪽 몸이 완전 마비되면서 삶의 의욕을 잃었다.

당시 판정받은 金씨의 장애정도는 지체장애 2급. 그러나 부인 노경아 (魯慶兒.여.40) 씨와 가족들의 보살핌속에 2년간 끊임없이 운동하고 움직이고 맛사지를 받는 각고의 재활노력끝에 일어서고 걸을 수 있게 됐다.

金씨는 95년7월부터 뇌성마비.뇌출혈이나 중풍으로 몸을 못쓰는 장애인들의 집으로 찾아가 손과 발.다리를 주무르고 운동요령을 가르쳤다.

운동을 위한 손잡이와 도드레도 직접 설치해주고 일주일에 3번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2년6개월이 넘게 재활치료를 한 결과 누워만 있었던 韓영상 (66.마포구망원2동) 씨가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되는 등 그의 보살핌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호전됐다.

“스스로 걷고 움직일 수있게 된 장애인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어요.” 金씨가 이렇게 도와준 장애인들은 지금까지 모두 13명. 봄.가을 나들이때 야외에 모두 모여 움직일 수 있는 기쁨을 나눈다.

또 성탄절 이브땐 金씨 집에서 식사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장애는 남을 도와줄 수있는 하나의 기회” 라는 金씨는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나같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 장애인들끼리 서로 도와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소원” 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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