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경기.경제단체, '회장·이사장 모시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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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업이 어려워서…" "회사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불황으로 각종 경기.경제단체들의 장 (長) 들이 잇따라 자리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 단체 마다 '회장.이사장 모시기' 에 비상이 걸렸다.

예전 같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나서 이들 '자리' 를 둘러싼 쟁탈전도 치열했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대구시축구협회는 청구그룹의 김시학 (金時學) 회장이 회장직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12월 화의신청 이후 사퇴했다.

또 대구시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보성의 김상구 (金相耉) 회장도 지난달 화의신청 이후 사실상 회장직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체와 건설자재업체 대표가 회장인 육상협회와 볼링협회, 럭비.풋볼협회도 회장직을 내놓거나 그만 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조정협회와 카누협회는 현재 회장이 없는 상태. 경남도도 건설업체 대표들이 맡고 있는 수영.씨름.유도.골프.야구등 5개 경기단체의 회장 자리가 비어 있다.

모두 "불황 때문에 경영에 전념해야겠다" 며 경남도체육회에 사퇴를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체육회 산하 38개 경기단체 가운데 사실상 회장이 없는 곳은 7군데. 이에 따라 시.도와 해당 단체들이 회장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찬조금 부담과 경영난을 이유로 맡으려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단체 회장직은 단체규모에 따라 연간 1천만~5천여만원의 찬조금을 내고 보수도 없는 명예직이지만 자치단체의 체육행정은 물론 일반행정 분야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감투' 로 인식돼 왔다.

스포츠동호인 모임의 연합회인 대구시생활체육협의회도 회장인 청구그룹 金회장의 사퇴로 주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 하용락 (河龍洛) 체육지원계장은 "업체 대표 몇몇 사람을 접촉해 봤지만 모두 회장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며 "선수 출신을 회장으로 영입하는등 시 체육회와 회장 초빙 방안을 논의중" 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회 산하 67개 조합 가운데 인쇄조합.레미콘조합.공예조합등 25개 조합의 이사장 선거가 이달 중순부터 치러지지만 예년과 달리 후보자로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회 관계자는 "나서는 사람이 없어 일부 조합에선 현 이사장의 유임을 설득하는 곳도 있다" 고 말했다.

대구.창원 = 김상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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