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산업도 시장경쟁이 밑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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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한국에서는 변호사 수임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의 수임 표준율을 정해서 강제로 값을 메긴다는 것이다.

미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은 지금 지식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누리고 있다.

예컨대 중요한 수술.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사들을 찾아 몰려 온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변호사들이 전세계로 수출된다.

연간 20여만명의 유학생이 미국대학에 몰리고 거기서 벌어들이는 달라만 해도 7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이런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유는 자명하다.

유럽국가들과 미국의료체계의 비교가 그 해답이다.

유럽국가들은 국가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면서 의사의 봉급을 제한해버렸다.

그 결과 우수한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나 우수한 의사들은 앞을 다투어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갔다.

그 결과로 유럽은 2류의료국가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어떤 전문가집단도 값을 제한해 버리면 질 (質) 을 희생할수 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감리사나 회계사들도 질을 오랫동안 희생한 결과로 지금와선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잃게 되었고, 결국 훨씬 비싼 미국의 감리사.회계사를 쓰게 만들지 않았는가. IMF시대를 맞아 서울의 어느 은행 하나는 외국회계사를 한국회계사의 30배가 넘는 용역비를 주고 고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미국의 지식산업을 이토록 경쟁력 있게 만든 것일까. 시장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미국사회는 매사에 극도의 경쟁을 유발시키고, 그 경쟁을 통해 질의 향상과 가격의 인하를 도모해온 것이다.

번호사도 천차만별이다.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생업을 유지하는 변호사가 있는 반면에 수천만달러의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도 있다.

바로 이런 가격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변호사들끼리의 피나는 경쟁이 벌어진다.

서비스의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가격.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유명한 형사사건, M&A등의 민사사건등에서 변호사가 수천만달러를 받는 변호사가 있어왔고, 하지만 그에 대해 시기는 해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질은 규제하되, 시장에서 정해진 값은 시비걸지 않는다는 철칙이 그대로 지켜져 오고 있다.

값을 규제하면 당장은 돈이 덜 드니 이익인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국민 모두가 그 희생자가 된다.

즉 긍극적으로는 그 국민을 2류, 3류 서비스를받는 국민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만약 변호사가 서비스의 질을 약속한대로 제공하지 못하거나, 수준이하로 했다면 당연한 댓가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고객유치과정이 온당치 못했다면 그 또한 곤란하다.

그러나 시장이 있고, 그 시장에서 당사자가 자유로이 정한 값에 대해 제3자가 가격통제로 관여하는 것은 서비스의 하향평준화를 이루는 길이다.

결국 값을 규제하는 것이 마치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도리어 한국의 지식산업을 외국의 그것에 예속시키는 결과가 됨을 알아야 한다.

김석한 변호사 〈애킨·검프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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