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구두닦이 서유진·이정란양…어떤 일이든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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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처음엔 손님들 앞에서 고개 들기가 부끄러웠지만 며칠 일하다 보니 이젠 손님 눈빛만 봐도 구두를 닦을지, 안 닦을지 알 수 있을 것같아요.” 전주대생 서유진 (徐兪眞.22.국제관계학과1) 양과 전북대 경영학과 입학예정인 이정란 (李廷蘭.20) 양은 요즘 하루종일 구두 수거와 '광내기' 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徐양은 1주일 전부터 일터인 전주시완산구서노송동의 3평 남짓한 '구두병원' 으로 출근하고 있다.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가정형편이지만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자리를 물색하다 친구로부터 구두닦이 자리를 소개받았다.

李양은 수능시험후 스스로 용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공고를 보고 찾아왔다.

徐.李양은 사무실을 돌며 구두 닦으려는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 오고 닦은 구두를 다시 배달해주는 일 (일명 찍쇠) 을 주로 한다.

하지만 일손이 달리면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구두를 닦기도 한다.

구두닦이 일을 잘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같아 기꺼이 시작했다는 徐양은 “적지않은 수입에 운동까지 하게 돼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고 말했다.

李양은 “학생임을 먼저 알아본 고객들이 '열심히 해보라' 고 격려할 때 힘이 솟는다” 며 “손님들 앞에서 '제발 닦으라' 며 응석을 부릴 정도가 됐다” 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 손님들이 낮은 시선으로 바라봐 가슴 아플 때도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이 받는 돈은 구두 한켤레에 7백원. 徐양은 보통 하루 70~80켤레의 구두를 모아 5만~6만원을 거뜬히 벌지만 아직 숫기가 없는 李양은 이에 다소 못미친다고 한다.

구두병원 여사장 유은정 (柳銀貞.44) 씨는 “젊은 여성들이 단란주점 같은 곳에 취직해 손쉽게 돈을 벌어 쓰는 풍조에서 유진이와 정란이는 요즘 대학생 같지 않게 너무나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 며 대견스러워 했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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