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MBC '육남매'…60년대 서울의 변두리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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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4일 밤 막이 오르는 MBC의 새 미니시리즈 '육남매' 는 외형상 복고풍 드라마, 그 중에서도 도시형 복고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인다.

때는 1962년 겨울. 곳은 서울 영등포. '상회' 간판뒤로 공장굴뚝들이 삐져나온 골목에서 와글와글 뛰노는 아이들은 이미 다섯이나 되고, 남산만한 배에 상복을 입은 어머니 (장미희 분) 는 곧 닥쳐올 해산 (解産) 말고도 졸지에 가장을 잃은 식솔들 건사할 일이 걱정스런 처지다.

더없이 어렵던 시절. 혹시들 기억하시는 지. 입 하나 덜 요량으로 막내를 손귀한 집에 양자들이고, 어머니는 미제장사며 양색시 옷 빨래에 나서고, 아이들은 학교신체검사에 맞춰 새 팬티를 만들어 입고, 여러 아이 기성회비를 다 댈 수 없어 맏딸은 도중에 공장에 가고…. 그러나 국제화시대, 금융공황의 시대에서 도망가고픈 요즘 사람들에게 이미 극복된 그 시절의 어려움은 차라리 가슴따뜻한 추억의 삽화일는지도 모른다.

이관희PD.최성실작가 콤비는 미니시리즈로는 보기 드문 '삽화 식 진행' 을 '육남매' 의 전략으로 택한다.

극적인 사건으로 갈등을 고조시켰다 풀어내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육남매 가족의 에피소드들이 매회 단막극처럼 그려진다.

속된 말로 '손님 끌기' 에 효율적인 방식을 아니지만, 최성실작가는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삶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보통 삶을 그려내는 데 적합하다” 고 말한다.

'육남매' 가 그려낼 '보통' 의 눈높이를 짐작게하는 힌트는 캐스팅. 실제 영등포의 육남매 가정에서 자랐다는 이관희PD는 시사회에 내놓은 70분 분량의 첫회에서 공장지대의 뿌연 연기를 마치 안개처럼 그려내는 마법을 비롯, 현란하지않고 정갈한 화면을 통해 그가 '좋은 그림' 에 욕심 많은 연출자임을 보여준다.

제작진의 걱정이라면 초반의 이야기가 다소 어두운 내용이란 것인데, 이후 풀어낼 다양한 삽화가 한둘이 아니라니 기다려 볼 일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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