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 과다복용 노인들 심장병 걸릴 위험 많아…하버드보건대학원 연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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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철분이 노인들의 심장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역학회지는 최근 미국 하버드보건대학원의 연구결과를 인용, 60세 이상의 노인이 철분을 과다섭취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 심장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노인 3백29명과 같은 연령의 건강한 노인 5백70명을 대상으로 철분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한달 평균 철분 섭취량이 50㎎씩 증가할 때마다 남성 노인의 경우 1.4배, 여성 노인의 경우 3.5배나 심장병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러나 60세 미만의 경우 철분 과다섭취는 심장병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철분이 노인들의 심장건강에 해로운 데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은 두가지. 하나는 철분 자체가 혈액을 구성하는 헤모글로빈 색소의 주성분으로 철분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이 훨씬 걸쭉해지기 때문이라는 것. 운동량이 부족하고 심장기능이 약한 노인의 경우 혈액이 걸쭉해지면 혈액 부스러기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막게 될 확률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는 철분과다공급이 체내에서 유해산소 형성을 촉발해 세포손상을 초래한다는 것. 젊은이라면 큰 문제가 안되지만 이미 노화로 세포가 많이 손상되어 있는 노인의 경우 영양학적으로 철분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적정권장량보다 평균 1.6배나 많은 철분을 섭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특히 의미가 크다.

한국 노인들에게 철분은 무조건 몸에 좋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져 영양제 복용을 통한 과다섭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 노인들에게 칼슘섭취가 부족한 것도 철분과잉을 초래하는 원인. 위장내에서 칼슘과 철분은 체내로 흡수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인건강을 위해 철분보다 칼슘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칼슘섭취는 위장내에서 철분의 과다섭취를 억제하는 한편 노인들에게 흔한 골다공증 예방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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