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기업 전무서 디자이너로 변신한 박종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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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체면을 버려야 합니다.

껍데기뿐인 체면 때문에 정작 채워야 할 알맹이를 채우지 못한 일이 너무나 많았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시련도 따지고 보면 체면만 앞세웠던 까닭 아닐까요.” 명예퇴직.정리해고 등으로 실업 대란이 예상되는 요즘 대기업 전무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의 변신에 성공한 박종민(朴鍾敏.53) 씨가 자신의 인생역정을 정리한 책 '박전무에서 찰스 박으로' 를 펴내 화제. 朴씨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을 거쳐 갑을방적 창립 멤버로 일했다.

D실업의 전무이사로 승승장구하던 朴씨는 46세에 돌연 회사를 나왔다.

곧바로 그는 퇴직금 3천만원과 주변의 도움으로 웨딩드레스 제조업체인 ㈜혜원웨딩을 창립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자 여기저기서 같이 일해보자는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실직이 아니라 제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스스로 신명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았지요.” 朴씨는 처음엔 수출 위주의 영업을 맡았지만 창업 1년만에 아예 자신이 직접 디자인까지 맡았다.

이름까지 '찰스 박' 으로 바꾸고 평소 의상도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로 새롭게 연출했다.

무질서하게 자라난 콧수염과 턱수염, 어깨까지 닿는 파마머리, 지퍼가 달린 군화를 신은 그의 의상은 몇년째 고정된 모습이다.

“대기업 직원으로 일할 때와 스스로 경영인이 되었을 때의 차이는 적지 않았어요. 왜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특별히 과욕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차분히 일했어요.” 작은 일에서부터 꼼꼼히 챙기고 차근차근 일하는 '교과서적' 경영으로 회사를 일궈온 朴씨는 '박전무에서 찰스 박으로' 인생을 바꾼 지 5년만에 회사를 국내 수위의 웨딩업체로 탈바꿈시켰다.

朴씨는 4일부터 8일까지 한국무역센터 전시장에서 열리는 '웨덱스' (웨딩산업 전시회)에 6개의 부스를 빌려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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