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 큰손 '세대교체'…동유럽 10명 뽑혀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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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 금융계의 본산인 미 뉴욕의 월스트리트. 뉴욕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애니 디닝 (35.여) 은 지난 90년 처음 금융계에 발을 내디뎠다.

'옵션' 이라는 개념조차 몰랐던 그녀는 마치 깊은 수렁 속에 빠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7년후 그녀는 투자신탁회사 DE쇼 (Shaw) 의 전무로 자본 흐름을 분석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영국 런던에서 발간되는 유러머니지 (誌) 1월호는 디닝처럼 세계 각지에서 부상하고 있는 20~30대 금융인 50명을 '98년 세계 금융계 샛별' 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에서 선정된 사람을 지역별로 살펴 보면 서유럽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북미 8명, 남미 4명, 아프리카및 중동 5명, 아시아 7명, 오세아니아 4명 등이다.

또 시장경제의 걸음마를 하고 있는 동유럽에서도 10명이나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여성으로는 디닝과 터키 AK은행의 전무 수잔 사반치 딘서 (33) , 홍콩 비어 스턴스사 (社) 전무 마가렛 렌 (39) 등 3명이 포함됐다.

이들 50명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세계화' 란 말이 실감난다.

유러머니도 출생지보다 활동지역을 지역별 분류 기준으로 삼았다.

체코 우드사 (社) 의 사장 리차드 우드 (36) 와 자딘 플레밍 증권의 홍콩 지사장 스티븐 리 (31)가 세계화의 대표적 경우. 미국 태생인 두 사람은 뉴욕에서 경력을 쌓은 후 각각 체코.홍콩으로 건너가 지역 금융계의 대표 주자가 됐다.

샐러먼 브러더스에서 근무했던 우드는 금융거래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유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우드사 (社) 를 설립, 프라하.부다페스트등 4개 대도시에 지점을 둔 금융 중개회사로 성장시켰다.

유러머니로 부터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로 선정된 스티븐 리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시아 시장을 한 눈에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국을 떠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경우도 있다.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친했던 부모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스티븐 쿤징 (38) 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메릴린치증권의 지사장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정부 관료로는 옛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아 공화국의 미카엘 추구아세리 (27) 재무장관과 우크라이나 부총리인 세르히 티히프코 (37)가 '샛별' 명단에 끼었다.

50명 가운데 최연소인 추쿠아세리는 성공적인 금융정책을 펼쳐 외채를 못 갚아 3년간 연료 공급이 끊겼던 나라를 추위로부터 구해냈다.

이밖에도 대규모 자본들이 관심을 갖지않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아르헨티나의 투자금융회사 로버츠 캐피털 마켓의 전무 안토니오 젠드러 (39) , 합병과정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수익을 올려 능력을 인정받은 테드 버추 (37) BT 앨릭스 브라운 전무 등도 촉망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한편 한국계 금융인으로는 동남아 금융위기로 파산한 홍콩 페레그린증권의 채권담당 매니저 앙드레 리 (34)가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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