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기오염 자동측정소 절반이 '청정지역' 설치…신뢰성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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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송파구 전체의 공기오염 평균치로 인정받는 방이 대기오염 자동측정소. 수목과 잔디가 어우러진 올림픽 공원 북문쪽 편의시설 건물 1층에 자리한 이곳의 지난해 12월 아황산가스 수치는 0.004PPM. 이 수치대로라면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환경기준치 (0.03PPM) 보다 무려 7분의1이나 깨끗한 '청정지역' 인 셈이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대로변과 주택가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대기오염' 과는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서울시내 대표적인 주거 밀집지역인 관악구의 대기상태는 산속에 위치한 신림동 서울대 캠퍼스안의 가장 높은 학군단 건물에 설치된 관악측정소에서 잰다.

지난해 12월 이 곳의 아황산가스 수치도 환경기준치보다 5분의1 수준인 0.006PPM. 이밖에 수원지내에 설치된 구의측정소 등 10여군데가 녹지 등에 설치돼 있다.

환경부.서울시가 수억원대의 고가장비를 수입해 서울시내 20곳에 설치한 대기오염 자동측정소중 절반 정도가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도로변이나 주택가를 피해 공원 및 주변이 한적한 학교.동사무소 등 비교적 대기가 맑은 곳에 설치돼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지역의 평균 오염 수준을 정확히 반영하는 '대표지역' 이 아닌 엉뚱한 곳에 설치돼 실제 공기의 질보다 훨씬 양호하게 측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계법령이 오염물질 채취는 그 지역의 환경과 기상여건을 고려하되 ▶주위에 건물이나 수목 등의 장애물이 없고▶해당 지역 오염도를 대표할 수 있는 곳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측정소 설치 편의만을 위해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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