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역할' 북한서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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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6.15 남북 정상회담 4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던 북한 대표단의 고위급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을 만나 그 같은 뜻을 전했다고 장 전 의원이 이날 밝혔다.

북한 고위급 인사는 6.15 기념식 직후 장 전 의원과 단독으로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때가 되면 한다는 게 북한 측의 입장"이라며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답방이 조기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김 위원장 답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장 전 의원은 전했다.

이 인사는 "특히 남한에 국가보안법도 있고 답방 반대 여론도 있는데 김 위원장이 이런 험한 분위기 속에서 내려올 수는 없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 어느 정당 누구인지는 상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장 전 의원은 "그 인사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적시해 역할을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과 분위기상 박 전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천명한 2000년 3월의 베를린 선언을 상기시킨 뒤 "김 선생님(김 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만큼 대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베를린 선언의 성실한 이행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뜻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장 전 의원은 이에 따라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www.netjjang.org)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갖춘 인물 중 한 사람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라며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공개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 달라"고 촉구했었다.

이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관계자는 "6.15 기념식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던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박 전 대표에게 북한 초청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사에게서 직접 방북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만 말했다.

◇청와대 "북핵 문제 진전 있어야 회담 가능"=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항간의 연내 남북 정상회담설과 관련,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거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의미있고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추진할 수 있으나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철희.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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