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정보나래’, 장애우에게 1대1로 PC 사용법 알려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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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전문가 봉사자 모임이 있다. LG전자 MC연구소 임직원들이 만든 ‘LG 정보나래’다. 정보나래 봉사자들은 매주 1회 장애인들의 집을 방문, 한글 타자·인터넷·문서 만들기 등을 가르친다.

LG전자 ‘LG 정보나래’ 자원봉사자 조지형씨가 장애인 임정혜씨에게 한글 타자를 가르치고 있다. [김효성 중앙일보대학생NGO기자]

1급 뇌병변 장애인인 임정혜(48·여·서울 마포구 성산동)씨의 집에는 요즈음 매주 토요일이면 웃음꽃이 활짝 핀다. 임씨가 전문가들에게서 컴퓨터를 배우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한글 타자 정도를 배우는 기초 단계지만, 임씨의 얼굴에서는 공부 시간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일 오전 11시 ‘LG 정보나래’ 봉사자 조지형(31·여·선임연구원)씨가 임씨의 집을 찾았다. 그가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임씨 집을 방문한 것은 네 번째였다. 조씨는 지난 3월부터 매주 1회 임씨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언니, ‘연금술’이라고 써 보세요.” 조씨의 말이 끝나자 임씨는 왼손으로 볼펜을 들어 자판을 하나, 둘 눌렀다. 시력이 낮은 임씨는 키보드에 큰 글자로 자음과 모음을 붙여 놓았을 만큼 공부에 열성적이다. 거동이 불편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생활해야 했던 임씨는 조씨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임씨의 어머니 김두임(76)씨는 “처음엔 딸이 장애가 심해 컴퓨터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LG정보나래 봉사자들에게 컴퓨터를 배운 지 4개월여 만에 스스로 타자를 치는 딸의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씨는 “그동안 지체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어 처음엔 컴퓨터를 가르치는 게 무척 조심스러웠다”며 “그런데 언니가 정상인 못지않게 컴퓨터를 잘 배우는 걸 보니 너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LG정보나래는 지난 2004년 발족, 현재 10기가 활동하고 있다. 15명의 봉사자는 서울시장애인재활협회가 알선한 장애인들에게 1대 1로 컴퓨터를 가르치는 ‘맞춤형 봉사’를 한다. LG정보나래는 오는 16일 숭실대 정보과학과에서 ‘제6회 서울시 장애인 IT챌린지’를 연다.

김효성(성균관대 경제학과)·이수연(서울교대 초등교육과) 중앙일보대학생NGO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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