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찾아다니며 전선 끌어 형광등 달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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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환하네. 전기 설치해 주는 게 최고로 고마운 일이여.”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4동 재건마을. 서울시내의 대표적 판자촌(98가구)인 이 마을 홍모(64) 할머니의 좁은 방에 불이 켜지자 홍 할머니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남부지사 김월태 과장이 옆방에서 전선을 끌어다 새 형광등을 달아준 덕분이다. 홍 할머니는 “몇 년 전에 형광등이 고장 났지만 혼자 살고 있는 데다 몸이 불편해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콘센트에 전구를 연결해 사용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새 감전 사고가 날 위험이 컸다고 한다.

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남부지사 직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4동 1226번지 무허가 판자촌에서 전기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날 김 과장과 함께 나온 서울남부지사 직원 30여 명도 재건마을을 비롯, 3개 지역 171가구(404명)를 방문해 전기 안전 점검을 하고 낡은 전등 설비와 누전 차단기를 교체했다. 오래 된 전열기구가 열에 노출되면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끊어진 전선도 정리했다. 전선에 옷걸이를 걸어 사용하는 집에선 감전 사고에 대비한 안전 교육을 했다.

봉사활동 후 김월태 과장은 “전기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게 당연하다. 도움이 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기 관련 작업들은 그 특성상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노약자가 많이 사는 농어촌이나 판자촌에선 형광등 교체 같이 간단한 작업도 해 줄 사람이 없다.

이를 위해 공사 측은 임직원 1400여 명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5일 동안 ‘그린홈·그린타운(Green Home·Green Town)’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2005년 시작된 이 활동은 전기설비가 취약한 농어촌 마을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방문, 전기 안전 점검을 하고 오래된 전기설비를 고치거나 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김태진 고객지원팀 차장은 “전기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전문가인 직원들이 지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진행한다”며 “앞으로는 매년 2~4회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혜랑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강민경(한양대 사회학과) 중앙일보대학생 NGO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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