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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실업자 도시' 오명 벗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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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부산은 최근 내수 부진과 투자 감소, 산업체의 역외 이전 등으로 실업, 그중에서도 청년실업이 지역사회의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 최고의 실업도시라는 오명답게 2003년 4분기 실업률이 국가 전체 4.0%의 2.1배 수준인 8.4%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의 6.6%에 비해서도 1.8%나 상승한 수치다. 청년실업자는 그중에서도 무려 40%에 달한다. 아마 고용사정 등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를 감안한다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실업자 중 대졸자 수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계속 늘어나 이젠 '고학력 청년실업'이 하나의 사회문제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자 부산시는 청년실업 해소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생 해외취업 지원인데, 대졸자나 졸업예정자들을 신라대.외국어대.동서대 등 지역의 시범대와 연계해 중국.중남미.동남아 등지의 현지 기업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실제로 올해 10억원의 예산을 확보, 500명에게 항공료와 현지 체제비 등의 인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해외취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청년해외취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해외 진출 부산기업(11개국 995개사)을 대상으로 청년취업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5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허남식 부산 시장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국제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시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시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다. 소리만 요란한 단발성 처방만으로는 현재의 복합적이고 심각한 청년실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실업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단기 및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시가 겪고 있는 실업 전반의 구조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부산 경제의 장기 침체 및 만성적 실업의 원인은 전통산업을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시기를 놓친 데 있다. 또 선택과 집중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산업의 방만한 육성에도 원인이 있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전략산업 육성, 인재 개발, 과학기술 혁신, 지방대학 육성 등 지역 혁신과제 추진을 통해 지역경제력을 확충하고 기업 하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이 같은 대책을 꾸준히, 그리고 실효성있게 추진해야 실업문제가 잡힐 수 있는 것이다.

성숙한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도시 부산에서 장차 실업, 특히 청년실업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송숙희 부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