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바꿔라” 들고 일어난 한나라 초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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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쇄신과 당의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광덕 간사(왼쪽에서 넷째)가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용·황영철·김성태·주광덕·김성식·현기환·권영진·박민식·신성범·정태근 의원. [김상선 기자]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등 초선 의원 14명이 4일 오전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초선 의원 모임 ‘민본 21’ 소속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속도전이 상징하듯 오만한 밀어붙이기로 비치고 있는 국정 운영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며 “정파 구별 없는 인재의 기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사인 김 의원은 “국민이 분명한 경고를 통해 소중한 반성 기회를 줬는데 이를 애써 외면하려는 당·정·청의 자화상이야말로 더 큰 위기의 화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다”며 “비장하게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고 당 지도부의 쇄신에 나선다”는 표현도 썼다.

이들은 쇄신특위가 전권을 갖고 조기에 전당대회를 여는 등 당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박희태(얼굴) 대표 체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다. 전면적인 쇄신 요구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에선 이렇듯 지도부 교체론이 공식적으로 분출됐다.

반면 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쇄신책을 마련하자는 쪽이다. 쇄신특위는 일종의 자문기구가 되는 셈이다. 박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민심은 우리에게 쇄신과 단합을 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한 게 그런 차원이다.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공감했다. 대안이 없다는 게 이유다. 쇄신 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엇갈린 입장은 오후 박 대표와 김 의원 등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박 대표는 “충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조기에 쇄신특위를 구성하고 특위 의견이 나오면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당내 기류도 갈려 있다. 친이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최근 “일이 뭔가 잘못되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5월에 당도 그렇고, 청와대나 정부도 정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지도부가 물러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래서 6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박 대표 간 당·청 회동이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이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재·보선 참패 뒤 형성된 여권 내 혼돈 기류가 가닥이 잡힐 수도, 더 복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 모임의 원조 격인 남경필·권영세·진영 의원 등은 6일의 당·청 회동 직후 모이겠다고도 한 상태다.

여권 내에선 그러나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소극적 스타일, 5월 하한기-6월 입법투쟁이란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면 결론 없이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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