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매장 찾는 손님이 백화점 큰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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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20~30대 여성을 겨냥해 선보인 델리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한희정 대리는 테이크 아웃용 음식인 ‘델리’ 바이어다. 국내에서 ‘뜨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일본·프랑스의 유명 백화점 식품관 트렌드를 살핀다. 2005년 델리 바이어가 된 뒤 체중이 10㎏ 늘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하루에 여섯 끼를 먹는다. 여행가방에 참고용 제품을 가득 넣어 귀국할 때면 공항 검색대에서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 3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델리 매장에 ‘시푸드 플라자’를 내기 위해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일식집 수십 곳을 탐문했다. 부산의 ‘다께(竹)’를 골라 그곳 사장과 6개월간 30여 가지 메뉴를 테이크 아웃용으로 만들었다. 일본 백화점에서 고객이 줄을 서는 왕만두점 ‘파오파오’를 보고 개발한 ‘상해식품점’ 만두와 싱가포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반건조 육포는 서울 강남점에서만 매달 1억원, 6000만원어치씩 팔린다.

백화점이 맛집으로 소문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식품으로 차별화해야 주요 고객인 여성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어서다. 식품관을 찾는 고객이 일으키는 파생 매출이 큰 점도 맛집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이 집계한 1월부터 4월 25일까지 델리 매장의 매출은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매출을 분석해 델리 이용 고객이 다른 제품을 구매한 것까지 합쳤더니 백화점 전체 매출의 23%에 달했다. 주요 상품군에서 델리 이용 고객은 ‘큰손’이었다. 백화점을 찾는 횟수도 델리 고객은 월 3.3회로, 일반 고객(1.8회)을 앞섰다. 최민도 고객분석팀장은 “맛에 반한 고객은 단골이 될 확률이 높고 파생 구매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일본 이세탄백화점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잠실점·강남점 식품관을 재단장했다. 그 결과 올 3월 델리 매장 매출이 지난해 3월보다 30~40% 늘었다. 일본 퓨전 모찌(찹쌀떡) 매장을 지난해 12월 소공동 본점에 냈는데, 월 매출이 일반 케이크류의 두 배를 웃돈다. 3월엔 파티용 음식을 주문하면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집으로 찾아가 테이블 연출까지 해주는 ‘키친테이블’ 매장도 열었다. 잠실점에서 선보인 뉴욕 스타일의 컵케이크 매장은 주말이면 20~30분 기다리는 줄이 생긴다.

현대백화점은 1년 전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식품 매장을 바꿔 젊은층을 끌어들일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TF팀의 선택은 ‘유럽식 디저트’. 올 들어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 마들렌·마카롱·다쿠아즈 같은 신종 디저트 매장이 들어섰다. 1~4월 본점 식품매장을 찾은 20대가 18% 늘고, 덩달아 영캐주얼 매장의 20대 고객이 30% 이상 증가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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