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대기업 '빅딜' 불당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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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빅딜 (계열사 맞교환)' 이 재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대우그룹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행보가 재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金회장이 24일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와의 면담에서 '2월중 구조조정계획을 내놓겠다' 고 못박은 점이 金회장이 물밑에서만 설왕설래중인 빅딜에 불을 댕기게 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우그룹 비서실의 한 임원은 "현재 빅딜 업종을 확정하지 않았다" 고 전제하면서도 "주력 계열사의 일부 사업을 조정 대상에 올려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金회장은 또 그간 강력 부인해왔던 미국 GM과의 합작문제에 대해서도 이날 "가급적 빨리 밝히겠다" 고 말해 그룹 구조조정에 앞선 정지작업이 어느 정도 끝났음을 시사했다.

특히 GM과의 합작건은 金당선자측에서도 외화난을 극복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사안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 합작을 통해 들어오는 외자규모는 항간의 소문처럼 50억달러에는 크게 못미치리라는 전망이 많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대그룹이 외국기업과 처음으로 맺는 '큰 거래' 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金회장이 그룹간 구조조정 작업에 불을 붙이는 정도가 아니라 대그룹간 빅딜에 주도적 역할을 맡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金회장 (62) 이 4대그룹 회장중 가장 연장자인데다 김용환 (金龍煥) 비상경제대책위원회 대표.이종찬 (李鍾贊) 인수위원회 위원장 등 金당선자측 고위인사들과의 교분이 두터운 점도 재계와 당선자측의 교감 폭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재계는 이에 따라 金회장이 오는 2월초 (2월1~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영자포럼에 유종근 (柳鍾根) 당선자측 고문과 함께 참석한다는 사실을 포함해 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金회장의 역할론에 관해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아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단순했다면 왜 그동안 미뤄왔겠느냐" 고 반문했다.

다시 말해 대우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면 몰라도 그룹간 이해타산이 얽힌 문제를 한 사람이 나서 풀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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