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쿠바 방문 이틀째인 22일 저녁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회담을 가졌다.
교황은 이날 오전 산타클라라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회담 장소인 아바나의 혁명궁전에 도착, 카스트로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으며 회담은 45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카스트로와의 회담에서 정치범 등 죄수들에 대한 사면을 요청했으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교황청 관리가 쿠바 당국에 탄원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카스트로가 이 회담에서 미국의 대 (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며 그밖에 사회정의.낙태.인권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3백㎞ 떨어진 산타클라라에서 10만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고 낙태허용.주택부족 등 쿠바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교황은 쿠바의 주택부족 문제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해 "이 축복받은 땅에서 수많은 가정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싸우고 있다" 면서 "이들은 일자리와 건강, 그리고 교육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쿠바의 TV.신문들은 이날 이례적으로 교황의 미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충실히 보도했다.
특히 국영TV는 쿠바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교황의 비판적인 발언을 그대로 생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