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파동 책임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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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6년 12월말에 터졌던 정리해고의 노동법파동이 1년여가 지난 21일 국회의 발목을 한때 잡았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재경위에서 넘어온 외채에 대한 정부지급보증 동의안을 처리하기로 돼 있었다.

순항할 것처럼 보였던 회의가 삐거덕 거린 것은 국민회의 방용석 (方鏞錫) 의원의 5분발언 때문이다.

환경노동위소속인 方의원은 "한나라당이 당시 노동법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거꾸로 우리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며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여야를 막론해 동참해야 하는 시기" 라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주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외채 정부지급보증동의안을 놓고 여당측에 끌려가고 있다고 입이 나와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 며 이상득 (李相得) 총무를 움직여 정회를 끌어냈다.

정회중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선 성토가 쏟아졌다.

전날 환경노동위에서도 方의원과 설전을 벌였던 권철현 (權哲賢) 의원이 나섰다.

그는 "당시 우리가 여당으로서 사회불안을 일으킨데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경제의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고 몸싸움으로 법안통과를 막은 국민회의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 주장했다.

權의원은 "김대중당선자는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인데도 자신에게 족쇄가 될 수 있는 노동법개정을 여론을 타서 일거에 처리하려는 느낌" 이라고 공격했다.

제정구 (諸廷坵) 의원은 "96년 노동법 파동당시 국민회의가 반대하고 노동계가 반발한다고 해서 방침을 바꾼것이 국가신인도에 금을 가게 한 원인"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리해고 반대' 라는 전력 (前歷)에 대해 국민회의.자민련은 꿈쩍도 않겠다는 자세다.

박상천 (朴相千) 국민회의총무는 "노동법개정안 파동당시 우리는 여당이 97년 1월까지만 기다려주면 표결처리를 강행하더라도 반대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여당이 이를 깼으니 우린 사과할 필요가 없다" 고 반박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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