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코스트너, 영화 '포스트맨' 감독·주연 맡고 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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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케빈 코스트너 (43) 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감독데뷔한 배우 중 한 사람이다.

90년 그가 감독.주연한 '늑대와 춤을' 이 단번에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후 그는 배우로서 'JFK' '보디가드'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명성을 드높였다.

그러나 95년 당시 사상 최대의 제작비 지출로 말많았던 SF영화 '워터월드' 를 제작.주연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그런 그가 8년만에 또다른 대작 서사극 '포스트맨' (The Postman) 을 제작.감독.주연하고, 아시아지역 홍보를 위해 대만을 찾았다.

타이페이의 그랜드하이야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 '포스트맨' 은 '늑대와 춤을' 만큼이나 훌륭한 작품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늑대와 춤을' 이 가져다준 행운과 명성에 대한 향수를 반영하는 듯 '포스트맨' 은 2013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지만 서부극의 분위기와 내러티브를 지녔다.

문명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헐벗은 채 악당에게 쥐여사는 '워터월드' 의 세계를 '늑대와 춤을' 의 무대에 옮겨 놓았다고나 할까. '포스트맨' 은 미국 SF작가 데이비드 브린의 소설이 원작. 코스트너의 설명에 따르면 “인물들의 성격을 조금씩 고쳤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들을 없앤 것 빼고는 원작에 충실했다” 고 한다.

소설에 매료된 그는 처음엔 주연만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다른 감독들은 나만큼 이 영화를 재미있게 생각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마을마다 고립된 채 나치식 집단인 '홀니스트' 일당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던 미국민들이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의 등장으로 희망을 찾고 무너진 미국정부의 시스템을 복구한다는 내용이다.

코스트너는 “20년 동안이나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온 사람들에게 편지라는 간단한 매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고 영화화 동기를 밝혔다.

서부극형식을 채용한 것은 “미래사회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첨단기술화하거나 아니면 생활이 매우 단순해지거나 두 가지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 쪽인데 그렇다면 자동차 대신 말을 타고 다니는 등 서부개척시대와 유사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벤허' '콰이강의 다리' '자이언트' 등의 대서사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포스트맨' 도 2시간50분짜리 대작이다.

미국 개봉시 반응은 그다지 열광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영화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며 “한국에서는 내 영화들이 인기있었던 것으로 안다” 며 기대감을 보였다.

타이페이 =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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