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社株'가 '死株' 될줄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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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가폭락사태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한 우리사주가 최근 급증하는 퇴직자들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지난 86년 D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金모 (49) 부장은 당시 우리사주 5백주를 배정받기 위해 회사에서 2천만원을 빌렸으나 지난달 퇴직할 때 평가금액이 1백만원으로 쪼그라들어 망연자실했다.

주당 4만원에 배정받은 주식이 2천원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1천9백만원의 우리사주 손실과 주택구입 융자금 3천만원을 정산했더니 손에 쥔 돈이 퇴직금의 20%에 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사주로 고통받는 것은 증권사 직원들 뿐만이 아니다.

영업정지중인 종금사와 인원정리가 한창인 은행 등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 제조업체에서도 우리사주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종금사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30%에서 1백%까지 대출받아 우리사주를 사들였는데 만일 회사가 인가취소될 경우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물론 차입금을 퇴직금에서 공제당할 처지다.

K종금 노조는 만일 회사가 문을 닫아 퇴직금에서 주식매입자금을 일방적으로 공제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사주는 회사발행 주식의 20%를 임직원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으로 지난 86~88년 주가폭등기에 증자.기업공개를 통한 공급물량 확대조치에 따라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재테크 수단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사주를 팔아 입사 2~3년만에 '억대 샐러리맨' 이 됐다는 보도가 잇따를 정도로 우리사주는 상승장세 속에 직장인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였다.

그러나 증시가 침체일로를 걷자 우리사주를 팔아도 융자금을 갚을 수 없는 경우가 잇따라 상황이 거꾸로 변했다.

특히 IMF체제가 들어서면서 각 직장에서 강제정리가 잇따르고 있는 요즘 우리사주의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퇴직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우리사주 피해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은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 91년 9월부터 처분금지기간을 1년에서 7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그 사이 증시가 폭락사태를 보였지만 우리사주 조합원들은 주식을 처분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리사주 역시 일반인의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판단에 의해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손해도 자신의 책임일 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또 결혼.장례비용과 학자금.주택자금.치료비 등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는 처분이 가능하도록 허용돼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유재산인데도 지나치게 권리행사를 제한해 손실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보너스의 50%를 우리사주 상환대금으로 강제 상환시키는 등 퇴직시 시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1천2개 기업에서 1백10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고 있는데 조합원수와 우리사주 주식수는 퇴직자 증가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수.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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