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IMF 외교'로 고립 탈출…"발등의 불" 꺼주며 입지 넓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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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실리 (實利) 외교를 내세워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압력에 맞서 온 대만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외교도전에 나섰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중국.대만의 외교공방이 아시아로 옮겨 오면서 동남아는 중.대만 양안 (兩岸) 외교의 새 각축장이 되고 있다.

대만의 외교적 공세는 지난 19일 샤오완창 (蕭萬長) 행정원장 (총리) 이 인도네시아를 방문, 수하르토 대통령과 전격 회담함으로써 절정을 맞았다.

蕭행정원장은 이에 앞서 12일 필리핀을 방문, 피델 라모스 대통령과 회담했다.

동남아 각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을 앞세운 중국의 압력으로 대만과의 접촉을 비공식적인 차원에 한정했다.

국가원수가 직접 대만 고위층을 면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동남아 각국이 이처럼 전례를 깨뜨리는 것은 자국의 경제위기가 심각한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롄잔 (連戰) 부총통이 지난 1일 싱가포르를 방문, 동남아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한 것을 필두로 대만 경제건설위원회 장빙쿤 (江丙坤) 주임 (장관) 은 50여명이 넘는 정.재계 인사들을 이끌고 11일부터 필리핀과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돌고 있다.

대만은 이같은 경제외교 공세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이 신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압력으로 공식적인 관계를 수립할 수는 없더라도 경제적 지원을 통해 영향력 증대 및 동남아 각국 정부와의 대화채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중국은 필리핀.인도네시아에 외교적 채널을 통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발등에 불끄기' 에 급급한 동남아 각국을 되돌려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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