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외채 변동이자율 적용 세계경제 안정에도 유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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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뉴욕에서 우리 대표단이 단기채무를 장기채무로 전환하는 차환협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우리의 신용이 현재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장기전환하려는 채무에 대해 런던은행간 이율 (LIBOR)에다 6%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줘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1년여 전의 0.5% 정도와 비교해 보면 정말 과다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을 용인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재의 프리미엄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대표단도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을 용인하지 않으려 한다는 보도다.

그러나 이것이 시장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막무가내로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래서 협상단은 차후 프리미엄이 낮아졌을 때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콜 옵션을 부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콜 옵션을 부착하면 차후 이율이 낮아질 때 조기상환을 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콜 옵션을 부착하는 데도 돈이 든다.

옵션 코스트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겠다.

현재 외채협상 게임에서 우리의 취약한 처지 때문에 단기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차후 우리의 신용도가 높아지게 되는 때에 가서는 현재 강요되는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부담으로부터 우리가 자동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겠다.

70년대는 범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변동이자율제가 나타나게 됐다.

변동이자율제의 대두는 어떤 일정한 시간 동안 대부계약의 이자율을 고정시키는 계약내용이 시장의 실정과 맞지 않는 경우 이를 교정하는 방안을 제도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계약조건이 항시 시장상황에 합당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변동이자율제의 이념은 이번 협상에서도 계승돼야 한다.

가변적 차입자 프리미엄을 계약에 공식적으로 수용하려 할 때 이를 객관적으로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문제된다.

이 방법으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차후 조정될 신용평가회사들의 차입자 프리미엄의 평균치를 취할 수도 있다.

채무자 프리미엄을 채무자의 경상수지 내지 기초수지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이번 뉴욕에서의 채무차환협상은 이율이 항시 시장의 합당한 평가에 상용하는 것으로 되게끔 제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계약후의 사정변경에 따라 계약당사자중 일방은 자본이득을 얻고 타방은 자본손실을 겪게 되는 것을 방치해선 안된다.

금융위기가 현 상황에서 더 증폭된다고 하면 전세계를 경기침체에 빠뜨릴 위험성도 있다.

때문에 이를 조기에 효과적으로 수습하는 것이 인류 모두에게 중요하다.

이러한 필요를 상기할 때 변동프리미엄제의 공식화는 우리의 부담이 과도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이상의 당위성을 갖는다.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를 제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천표<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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