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음악당 '어언 10년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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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88년 2월15일 금난새 지휘의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김정길의 '관현악을 위한 축전서곡' 으로 '팡파르' 를 울린 예술의전당은 국내 최초의 전용음악당. 클래식 음악만을 위한 연주공간이 국내에서 처음 탄생한 것이다.

오는 2월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음악당 10주년을 맞아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공연의 타이틀은 '2명의 마에스트로' .개관 당시 첫 지휘봉을 잡는 영예를 안은데 이어 예술의전당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청소년음악회' 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금난새씨와 올해 초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정식 부임한 정명훈씨가 번갈아 지휘봉을 잡고 코리안심포니가 출연한다.

또 소프라노 박정원, 바리톤 고성현씨가 협연자로 출연한다.

2천6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과 4백석 규모의 리사이틀홀을 갖추고 있는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지난 10년동안 4천8백여회의 공연에 4백30만여명의 청중을 맞이했다.

콘서트.오페라.연극.무용.뮤지컬.팝음악은 물론 기념식 등 정부행사나 각종 이벤트의 장소로 사용돼 온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과는 달리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처음부터 콘서트, 즉 관현악.합창.실내악.독주회를 위해 무대.좌석.음향이 설계되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개관으로 국내 음악회 문화의 비약적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음악가.연주단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주홀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대관 경쟁률도 가장 높다.

최근엔 토.일요일 오후3시 공연까지 신설, 연주자.청중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홀은 있으나 프로그램도, 청중도 없다' 는 비판에도 귀기울여야 할 때다.

개관후 첫해인 88년과 지난해 공연을 비교할 때 콘서트홀.리사이틀홀 모두 대관공연은 3배로 늘었으나 기획공연은 그대로다.

콘서트홀의 경우 공동주최.후원 공연을 모두 합쳐도 기획공연이 66회에 불과하다.

1년중 기획공연이 차지하는 비율은 6분의 1.한달은 '무대 보수작업' 으로 휴관하고 나머지 9개월은 모두 대관공연으로 채우는 셈이다.

또 10년이 지난 지금 기획.대관 공연 할 것 없이 객석점유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획공연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심포니오케스트라에 가장 적합한 연주공간 답게 오케스트라를 산하단체로 거느리지는 못하더라도 하나쯤은 상주 (常住) 시켜야 한다.

음악당이 개관후 10년동안 예산부족을 핑계로 음향상의 개보수 작업을 미뤄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음향수준이 훨씬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뉴욕 카네기홀.에버리 피셔홀이나 시카고 오케스트라홀.워싱턴 케네디센터.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홀 등도 보수공사를 거쳤다.

원래 설계안과는 달리 음악당 내에 휴게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갖추지 않은 것도 객석 점유율 저하를 가져온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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