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체험적 영성에 대한 관심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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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종교사회학회는 25일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한국 종교문화의 변동’이란 주제로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통해서 본 종교문화적 지형 변화’와 ‘개신교계 내부의 최근 변화 양상’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25일 한국종교사회학회 특별포럼에서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금강대 최종석, 서원대 김성건, 대구가톨릭대 박승길 교수, 추교윤 신부.


대구가톨릭대 박승길(한국종교사회학회장)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통해 본 ‘국민적 애도’ 현상에 주목하며 “이러한 시민적 동감과 감응 물결은 이 시대 종교문화적 지형과 열망이 과거와 다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종교인으로서 김 추기경의 세계 인식 관점’을 짚었다. 박 교수는 “첫째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 수장이면서도 교세 확장 영역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둘째 그는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 인인애(隣人愛)를 실천했다”며 “추기경 선종 이후 많은 이들이 추기경 생전 이야기를 회고하며 추기경을 다시 읽고 있다. 이건 추기경의 삶이 이웃으로서 이야기 소재가 되는 삶이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계 학자로 나온 추교윤(종교사회학 박사) 신부는 오히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추 신부는 “김 추기경에 대한 존경이 개인적 차원의 감동에 기인하는 것이지, 가톨릭 교회와 신앙 전체에 대한 존경이 아닐 수 있다”며 “김 추기경 장례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공감 안에서 가톨릭 교회의 미래적 방향과 사목활동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건 서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개신교계의 두 가지 변화 양상’을 지적했다. 하나는 ‘종교적 근본주의 강화’이고, 또 하나는 ‘개인적 영성 추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다.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회, 특히 근본주의 진영에서 9·11사태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거치며 ‘영적 전투의 세계관’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 개신교계가 타종교에 대해 여전히 배타적임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념적·교조적 신앙이 아닌 체험적 신앙에 대한 관심 증대’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계 기독교계도 ‘종교’에서 ‘영성’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딱딱한 교리보다는 초월적 존재와 만나는 영적 체험을 선호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파 교인에게서도 폭넓게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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