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서울은행 관련 피해와 파장…소액주주, 산 값의 8.2배돼야 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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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식 1백% 소각은 피했지만 엄청난 양보를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소액주주와 납세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당초 국제통화기금 (IMF) 은 제일.서울은행의 주식을 모두 소각할 것을 요청했었다.

주주들에게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식을 완전 소각할 경우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감자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은행의 영업권이나 장래 영업전망, 주식의 시장가치 등을 반영해 5대1 정도로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IMF의 입장이 강경해 결국 은행법상 최저자본금인 1천억원으로 줄이는 쪽으로 낙착됐다.

이 과정에서 자본잠식을 당한 부실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영업권도 인정받지 못했다.

나길웅 (羅吉雄) 은행감독원 검사1국장은 "회계학적 근거는 없고 다만 은행으로서 최소한의 존립기반은 남겨두자는 차원에서 감자수준을 정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재산손실은 물론 납세자의 부담도 한결 무거워졌다.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들의 경우 주가가 매입가의 8.2배로 올라야 겨우 본전이다.

자본이 충실해져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른다고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더 떨어질것이란 예상도 있다.

또 감자비율이 예상보다 높아져 정부의 출자규모가 커졌다.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8%로 맞추려면 감자를 많이 할수록 채워넣어야 할 정부출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1조1천8백억원을 출자키로 했으나 이를 1조5천억원으로 약 27%나 추가로 늘려야 하게 됐다.

납세자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IMF의 요구를 상당폭 받아들인 것은 이들 은행의 경영파탄이 불러올 충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정상화하지 않으면 금융산업 전체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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