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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대기업도 고통분담 '공식화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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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15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의 이른바 '재벌 개혁' 요구에 공식 화답함으로써 재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대개혁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강도높은 구조조정, 책임경영체제 강화 등 金당선자와 4대그룹 회장간의 합의내용 준수를 재천명하는 공식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회장단은 金당선자측이 요구하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개혁조치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모그룹 회장은 "재무제표가 국제통화기금 (IMF) 용 (연결재무제표 지칭) 이 따로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용 (결합재무제표) 이 따로 있느냐" 며 "재무제표만 작성하다가 1년을 보내겠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회장은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연결재무제표 (Consolidated Statement) 인데 공정위는 '결합 (Combined)'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왔다" 며 "결합재무제표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 덧붙였다.

그러자 다른 회장이 "전경련이라도 나서 외국 회계법인에 의뢰해 결합재무제표에 대한 연구.검토를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는 것. 이같은 논의를 반영해 회장단은 전경련 사무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결의문의 '결합재무제표 도입' 이란 표현을 '국제기준에 맞는 재무제표 도입' 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장이 "김대중당선자가 이해가 아주 빠르고 기업현실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어 좋다" 고 하자 나머지 회장들 대부분도 공감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들은 "상호지급보증을 털어버리려면 은행이 보증을 확 풀어주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필요하면 오너들도 나서 비상경제대책위에 기업의 어려움을 설명하자" "환차손 때문에 적자가 큰 만큼 자산재평가 허용 등이 필요하다" 는 내용의 발언들을 했다.

한편 이날 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는 이른 아침부터 그룹 관계자와 보도진 등 1백여명이 몰렸으며 회장단도 5대그룹 회장 4명을 포함해 14명이 참석, 95년 11월 회장단 회의 이래 최고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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