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무대로 각국 스파이 첩보활동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동서 냉전의 상징물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음에도 베를린을 무대로 한 세계 각국의 첩보활동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냉전 종식으로 과거와 같은 안보 관련 첩보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국가간 경제전쟁이 가열되면서 경제.과학정보 수집이 각국 정보기관의 주요 임무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유럽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통일로 한층 강화된 정치적 위상, 막강한 경제력, 첨단기술 보유라는 점에서 첩보원들에겐 매력적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활발한 첩보활동을 벌이는 나라는 러시아. 독일통일 이전에는 군사정보 취득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서방과의 기술수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정보통신.군수산업 분야의 기술을 빼내는데 관심이 높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의 동유럽 확장에 대한 독일의 움직임도 러시아 정보원들의 주된 관심 대상이다.

현재 40명 정도인 러시아 첩보요원들은 옛 동독의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 (슈타지) 요원 출신 인물들과도 계속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이란.시리아.중국.알제리 등도 독일에서의 첩보활동에 적극적이다.

이들 나라 정보요원들의 주된 임무는 유럽에 거주하는 자국의 반체제세력 감시다.

베를린에는 또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의 첩보원들도 상주하고 있지만 첩보활동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산업스파이 활동에 따른 독일의 피해는 연간 1백80억~2백억마르크 (약 1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