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왕위 도전 향한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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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1보 (1~17)]
黑.안조영 8단 白.이세돌 9단

이세돌 5전5승. 안조영 5승1패. 오늘의 일전에서 이세돌이 승리하면 왕위 이창호와 '비금도 천재'의 빅매치가 이뤄진다. 안조영이 이긴다면 재대결이다.

7월 5일 오전 10시. 대국장에 들어서니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서 이창호-양건의 국수전 본선이 시작되고 있다. 이창호9단은 10년 후배 최철한8단에게 국수를 빼앗겼다. 그걸 되찾으려고 밑바닥부터 다시 기어올라가는 중이다.

이날 도쿄에선 억대의 상금이 걸린 후지쓰배 결승전도 열렸다. '어린 왕자' 박영훈6단과 '한국 킬러' 요다 노리모토9단의 결승전. 이창호가 세계 최강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세계 바둑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신중하지만 두터운 기풍의 안조영이 흑을 들고 대각선 화점을 두었다. 전투적이지만 실리적인 이세돌은 소목으로 맞선다. 짙은색 상의의 안조영이 맹물 한잔을 음미하듯 천천히 마신다. 바다처럼 푸른 줄무늬 옷의 이세돌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색깔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안조영과 '색깔' 그 자체인 이세돌의 대조적인 풍경이다.

12로 갈라쳤을 때 검은 수도승처럼 웅크리고 있던 안조영의 손 끝에서 문득 요도(妖刀)의 한 수가 터져나온다.

패망선의 금기마저 깨뜨리며 낮게 파고든 흑13. A, B 두개의 퇴로를 보는 이 수는 급소면서 변칙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그건 안조영이 준비해온 한 수일 것이다.

'참고도'의 흐름이라면 눈에 익은 변화다. 실전은 이세돌에겐 초행길이다. 이세돌의 두 눈이 먹이를 노리는 치타처럼 반짝이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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