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공무원부터 정리해고를…기구축소·계약제 도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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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IMF 구제금융에까지 이른 외환.금융위기로 인해 곳곳에서 도산과 실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전혀 도산과 실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다.

바로 공공부문이다.

중앙정부.지방정부, 각종 공단.공사 등은 근거법이 바뀌지 않는 한 없어질 염려가 없다.

또 공무원.준공무원들은 신분보장제도로 인해 특별한 형사상의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일자리를 보장받고 있다.

공무원 신분보장제도는 수차례 정부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수가 계속 증가해 온 근본원인이다.

정부는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인원 감축을 도모할 계획이나 이는 효과가 미미하고 공무원 조직의 노쇠화만 촉진할 것이다.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는 지금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반드시 망한다는 원칙이 분명해지고 있다.

또 평생직장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는 근로자만이 언제든지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고임금을 받는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공공부문에도 적용돼야 한다.

더욱이 정부가 현재의 외환.금융위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일반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이는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조직개편과 더불어 신분보장제도를 폐지하고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해야 한다.

정리해고는 근무기간 20년이 넘는 나이많은 공무원들을 우선적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들은 퇴직과 동시에 매달 공무원연금을 받게 되는데, 그 액수는 근무기간에 따라 퇴직전 월급의 최소 50%, 최대 76%에 해당한다.

또 연금이 아닌 일시불로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퇴직금과 명예퇴직수당도 지급된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금전적인 보상 뿐 아니라 퇴직 공무원들의 직업알선에도 충분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리해고는 먼저 시대에 맞지 않게 과도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지방의 하부조직에 적용돼야 한다.

이들 조직에 대해서는 기구 축소.공기업화.민영화와 더불어 대폭적인 인원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과장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계약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각종 하부조직의 기관장에게 실적계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객관적 지표에 의해 이들의 실적을 평가함으로써 이들 조직에 만연돼 있는 무사안일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일시적인 조직개편과 통폐합만으로는 우리 정부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다.

인사제도 등의 제도적 변혁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정치지도자의 확고한 신념과 강한 추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고영선<한국개발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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