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교실] 신문일기 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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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를 받던 독일계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는 1947년 출판된 뒤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기엔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과 어른 세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 곤경에 대처하는 꿋꿋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일기는 개인의 일이나 감상을 적은 기록이지만 이렇듯 사회적.역사적 의의도 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에게 일기 숙제는 기피 대상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생 대다수가 가정과 학교.학원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므로 매일 글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신문기사(사진.광고 포함)를 소재로 삼아 일기를 쓰면 훌륭한 글감이 된다. 당일자 신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보고 자기 생각이나 느낀 점을 곁들여 일기를 쓰는 것이다.

신문일기를 지속적으로 쓰면 어릴 적부터 세상을 폭넓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고, 독해력도 기를 수 있다.

소재를 선택할 땐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시작해 독자 투고, 미담, 사건.사고, 전문 분야를 다룬 기사 등으로 옮아가는 게 좋다. 쓰는 분량도 조금씩 늘린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기사를 함께 읽고 토론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쓰면 균형있게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신문일기의 주제와 소재는 당사자의 눈높이(연령)와 관심사 등을 생각해 교사나 학부모가 정해도 된다.

쓰는 순서는 맘에 드는 기사 찾기(글감 찾기)→일기의 주제와 제목 정하기→내용 쓰기 순으로 하면 된다.

그 다음 일기장에 날짜와 날씨를 적고, 스크랩한 기사나 사진 등을 함께 붙인 다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 끝난다.

표현 형태는 기사 형식을 갖춰도 괜찮고, 사진이나 그림이어도 좋다. 다양하게 표현하되 내용에 거짓이 없으면 된다.

유의할 점은 규칙적으로 쓰되 너무 밝거나 어두운 주제, 가볍거나 무거운 주제에 치우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교사가 신문일기를 숙제로 낼 경우 자기 표현 능력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좋은 표현과 생각을 칭찬하는 일도 중요하다.

신문을 처음 대하는 학생들에겐 신문일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 눈높이에 맞춰 배려할 경우 저절로 신문을 읽으며 일기 쓰는 습관이 들게 된다.

이태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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