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政기구 구성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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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15일 발족하게 됨으로써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 성공한 것은 첫 단추를 꿴데 불과하며 정리해고제 도입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임시국회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위원회 발족이 어렵게 되자 국민회의측은 노동계에 '정리해고 문제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 결정한 뒤 처리하겠다' 고 약속했다.

따라서 현안이었던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제 도입과 관련한 법안처리는 15일 열릴 임시국회에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14일 "이달 안에 정리해고제 전체문제를 처리하겠다" 고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사항' 인 것 같다.

한국노총은 정리해고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명확한 실업대책 수립을, 민주노총은 대기업의 소유.경영 분리를 통한 전문경영인체제 확립 등을 내세우고 있어 빠른 시일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의가 지지부진하게 되면 17, 18일께 출발예정인 金당선자측의 대미 (對美) 투자유치단이 들고갈 협상보따리에도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비상경제대책위의 김용환 (金龍煥) 대표는 금융기관 정리해고 관련법안 통과라는 카드를 미국 금융가에 내밀어 한국의 개혁의지를 보여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투자유치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합의를 끌어낼 여지도 남아있다.

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이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위원회 구성이 무산되는 듯 했던 13일 저녁 한광옥 (韓光玉) 노사정협의대책위원장은 박인상 (朴仁相) 한국노총위원장과 배석범 (裵錫範) 민주노총위원장직대에게 노동계 출신 의원들을 보내 협상을 시도했다.

"노사정 협의기구를 통해 정리해고제 도입 등 모든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는 양보카드로 설득했다.

결국 두 노총은 오전2시쯤 수용입장을 결정했다.

'선 (先) 합의기구 구성 후 (後) 논의' 란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위원회에 참여할 명분이 생겼다.

金당선자가 13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총수들의 개인재산 투자를 요청한 것도 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일단 협상테이블은 놓여졌지만 노동계 설득을 위해선 보다 구체적이고 충분한 실업대책이 제시돼야 할 것 같다.

제시되는 여러 방안들이 결코 만족할 수준은 못된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거센 여론 때문에 노동계도 입장의 한계는 있다.

첨예하게 입장이 맞물린 틈새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는지 주목된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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