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해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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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서 악녀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야말로 ‘독한 여자들’의 전성시대다. 드라마의 줄거리 또한 억울하게 당하던 여자 주인공이 펼치는 통쾌한 복수극이 주를 이룬다.

“그 드라마 봤어? 해꼬지당하기만 하던 은재가 감쪽같이 달라져서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복수해 나가는 걸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하더라.”

“맞아. 해꼬지할 줄만 알던 애리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통쾌하다니까.”

흔히 ‘남을 해치고자 하는 짓’을 의미할 때 위에서와 같이 ‘해꼬지’로 쓰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기다. ‘해코지’라고 써야 옳다. “불량 학생들의 해코지가 무서워 바른말 하기가 어렵다” “너보다 힘이 없다고 남을 해코지해서는 안 된다”와 같이 사용하면 된다. 이와 비슷한 표기를 하면서 잘못 쓰는 단어가 있다. ‘말꼬지’다. ‘물건을 걸기 위해 벽 따위에 달아 두는 나무 갈고리’를 일컫는다. 그러나 ‘말꼬지’도 표준어가 아니다. ‘말코지’의 충청 지방 방언이다.

‘받은 만큼 되돌려 주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독한 여자들이 등장하는 복수극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해코지당한 만큼 갚아 주겠다는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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