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가 경조사 문화 바꾸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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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결혼한 회사원 李모 (30.남구대명동) 씨. 신혼여행후 축의금 내역을 본 그는 기분이 별로였다.

과거 자신이 냈던 봉투와는 금액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봉투에는 겨우 1만원이 들어있었다.

대학선배인 한 공무원이 보낸 것이었다.

정성이 값지고 고맙긴 했으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다른 봉투들도 대부분 2~3만원짜리였다.

5만원짜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내무부와 자치단체가 부조금 줄이기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신문에서 보긴 했으나 이렇게 빨리 정착되리라 생각도 못했다.

李씨 자신은 아직 축의금 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이런 운동이 있었으나 금액이 줄지는 않았었다.

IMF (국제통화기금) 한파가 경조사 문화를 바꾸고 있다.

친구.직장동료들이 부조금액을 협의해 낮추기도 한다.

최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安모 (31.수성구범어동) 씨는 "15명이 결혼식 전날 모여 축의금 3만원씩을 내기로 합의하고 냈다" 고 말했다.

대구시 李모국장도 지난해 12월부터 부조금액을 크게 낮췄다.

시에서 부조금 줄이기를 결의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기회에 솔선해 바꾸자"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李국장은 아예 '국장급 3만원' 인 시의 부조금액 기준 보다 적은 일괄 2만원으로 부조금액으로 정해 두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친분관계만 있으면 5만원씩은 냈으나 올들어서는 다섯군데 모두 2만원만 냈다" 고 말했다.

경북대 한남제 (韓南濟.사회학) 교수는 "부조금의 인플레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며 "수입.지위에 맞는 부조문화가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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