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창은 ‘박연차 진술’ … 노의 방패는 ‘진술거부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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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사흘 앞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7일 소환 당일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질문할 피의자 신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예상 답변을 토대로 직접 시뮬레이션도 해보면서 최종 질문지를 완성할 계획이다.

청와대 경호실 요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27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검찰 소환에 대비한 경호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팀별로 노 전 대통령 신문 문항을 광범위하게 모았다”며 “초안의 문항을 계속 수정하는 등 신문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노 전 대통령의 피의 사실별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건넨 ▶500만 달러 조사팀 ▶100만 달러 수사팀 ▶총괄팀으로 나눠 중수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팀별로 30일 소환 조사를 대비한 ‘히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 때 제시할 최대 카드는 뇌물 공여자인 박연차 회장의 구체적인 진술이다. 검찰은 이미 박 회장으로부터 2007년 6월 말과 2008년 2월 각각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를 건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또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이어리(노 전 대통령 측과의 통화 내역이 기록)와 청와대 출입 기록, 송금의뢰서 등도 확보했다. 돈거래 시점 전후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의 접촉을 입증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돈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모든 혐의에 공범으로 가담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진술 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에게서 600만 달러 돈거래와 특수활동비 횡령을 노 전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다는 진술만 확보하면 사실상 혐의 입증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600만 달러 수수는 물론 특수활동비 횡령을 ‘재임 중엔 몰랐다’는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신과 부인인 권양숙 여사, 친구인 정 전 비서관 사이에 차단막을 놓겠다는 뜻이다. 25일 검찰에 낸 서면 답변서에서 진술거부권을 포함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서면 답변서에서 2007년 6월 말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 용처’를 묻는 질문에는 “사용처를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이 용처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것을 돕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건호씨가 아킬레스건=박 회장의 돈 500만 달러로 국내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등 지배력을 행사한 아들 건호(36)씨가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은 몰랐다는 식으로 무혐의를 주장할 경우 아들 건호씨가 사법처리돼야 하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호씨가 사촌매제 연철호씨와 함께 베트남의 박 회장을 찾아가 500만 달러를 줄 것을 부탁했고 이후 사실상 돈의 지배권을 행사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건호씨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청탁 혐의(알선수재)가 없더라도 외국환관리법 위반 및 조세 포탈 혐의는 피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유다.

정효식·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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