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부 미국 망명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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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99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이용순(58)씨가 부인과 함께 지난달 말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미국 비자가 있는 이씨는 지난달 9일 워싱턴에 들어갔으며 부인 이순희(35)씨는 캐나다를 거쳐 지난달 25일 미국에 밀입국하려다 체포됐다"며 "이들은 지난달 말 미 이민귀화국(INS)에 망명을 신청했으며 현재 워싱턴에 함께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미 상원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실상을 증언한 이씨는 이후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을 망명 신청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세한 망명 이유는 한.미 간 복잡한 문제가 있어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 상원 청문회에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만경봉호를 통해 일본에서 미사일 부품을 수입했다'거나 '10만명의 주민이 미사일 등 개발에 종사한다'고 증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국자는 "당시 언급과 99년 귀순 당시 합동신문 내용에 차이가 있어 조사한 사실은 있지만 강압 등 부당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씨가 자강도 희천시 '38호 군수공장'(무전기 생산시설)에서 용접 라인을 관리하는 노동자와 보위부 지도원을 지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계자는 "경력이나 학력으로 미뤄 미사일 유도체계 개발 책임자로 종사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종.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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