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긴급진단 10대 한국병]2.고비용 정치와 경제…정경유착 모든 악의 근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 정치구조는 엄청난 자금을 요구한다.

선거에 투입되는 자금 뿐 아니라 이념보다는 연고관계로 이합집산하는 사당 (私黨) 정치 때문이다.

이와같은 고비용정치구조는 정경유착을 낳는다.

정치인에게 비자금을 갖다주면서 특혜를 받을 수 있고, 그 비자금은 정부지배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쉽게 조달되거나 부실 정부공사를 통해 챙겨진다.

이같은 관행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해치고 무리한 투자의사 결정과 사회적 과소비를 낳는다.

그러므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고비용 정치구조는 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운동방식과 정당조직의 축소개편이 필요하며,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 정치의 하수인으로 몰락한 행정부의 비현실적 행정규제를 혁파해서 탈세나 뇌물수수가 발붙일 근거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사당정치를 타파하고 정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공인받는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하자마자 외부수혈과 도움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했다.

왜 이지경이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경유착을 경제국치 (國恥) 를 초래한 원인으로 단정하는 지적이 많다.

정경유착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력과 기업의 야합' 이다.

따라서 돈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비리와 부정과 부패가 싹튼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정치인.기업인.국민이 이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면 종말은 파멸이다.

우리 경제의 몰락이 정경유착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

정경유착은 막대한 돈을 필요로 하는 우리 정치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 정치의 특성은 금권정치라고도 일컬어지며, 그 예는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엄청난 돈은 역시 선거철에 살포된다.

예컨대 92년 대선 때 지출된 선거비용은 적게는 1조원 많게는 2조원 이상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라고 예외는 아니다.

96년총선 때는 '20당 10락' 이라는 말이 떠돌아 다녔다.

2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10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2백53명, 지역구당 2명이상 출마하니까 국회의원 선거 때도 최소 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정치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는 미국에서 96년 대통령.상하원.지방선거에 소요된 선거비용이 모두 3조원 내외 (30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선거비용은 실로 천문학적이다.

물론 각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선거비용은 세간의 추론에 훨씬 못미친다.

92년 대선 후 신고된 선고비용은 불과 7백63억원이다.

96년 총선 당선자의 평균 신고액도 6천39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신고비용이 사실이라고 믿는 국민과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돈은 선거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막대한 돈이 소요된다.

대표적인 예가 각 정당의 지구당 운영비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하나의 지구당을 운영하는 데는 한달 평균 3천만원,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천만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회의원의 연간 세비는 7천만원 정도다.

세비를 모두 쏟아 넣어도 지구당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자금 모금에 혈안이다.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과 정치인들은 후원금.당비.기탁금.국고보조금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경로를 통해 공급되는 정치자금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업에 의존한다.

이른바 비자금이다.

기업은 비자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권을 얻는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는 정치인과의 연고를 통한 이권 획득에 몰두한다.

이 과정에서 비리와 부패가 싹틀 수밖에 없다.

고비용 정치구조는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정치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켜 왔다.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기업은 투명한 경영활동이 어렵다.

비자금을 제공하는 기업은 이를 감추고 합법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리베이트, 매출 누락등 불공정거래가 일상화된다.

자연스레 회계도 왜곡된다.

금융기관이나 주주들은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부실대출이나 선의의 피해를 보는 주식투자자가 속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폐해는 제공하는 비자금 규모가 클수록, 또 대기업일수록 심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요구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기할 수 없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특정 산업 진출.입은 모두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유력 정치인이나 행정관료와의 연고를 통한 수주 및 인허가 획득이 사세 확장의 지상과제다.

당연히 막대한 로비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나중에 본전을 뽑아수록 심할 것이다.

IMF가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요구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기할 수 없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특정 산업에의 진출.입은 모두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유력 정치인이나 행정관료와의 연고를 통한 수주 및 인허가 획득이 사세 확장의 지상과제이다.

당연히 막대한 로비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나중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

그 결과 국책사업은 부실해지고 이익이 있을 만한 특정 산업에서는 뇌물받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선심 때문에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건국 이후 최대 사업이라는 고속전철 사업이 최대 부실사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부실공사.과잉투자의 결과는 바로 국민의 세금부담이다.

고비용정치.정경유착은 관치금융과 기업의 차입경영도 조장, 고착시켜 왔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비자금을 마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경우 은행 대출이 비자금 조성수단이 될 수 있다는 추론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보사태가 밖으로 드러난 대표적 실례다.

고비용정치구조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역할도 한다.

정치논리에 입각해 결정되는 정부사업에 낭비가 만연하게 되고, 공짜로 생긴 돈을 유권자들이 아껴 쓸 리가 만무하다.

정치건달이 늘어날수록 근로의욕.신기능 습득의욕이 확산되기 어렵다.

특히 이들의 엄청난 소득이 지하경제화하고, 그들의 활동이 법질서 흔들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우리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내부의 요구가 아니라 외부 강압에 의해서도 불가피하다.

IMF는 금융기관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이에는 정부간섭 배제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특혜대출이나 기업의 불법적 자금조성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치도 돈 안드는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제 회생을 앞당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대표집필=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