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아시아 처방 효과있나]국제시각…거시목표에 치중 경기후퇴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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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IMF가 지원 대상국에 지나친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등 개별 국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엄청난 실업사태가 예상되고 긴축으로 거의 모든 기업이 돈가뭄에 시달릴 전망이다.

IMF 처방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고조되고 있는 국내외 비판의 소리를 들어본다.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IMF의 처방은 과연 옳은 것인가.

IMF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와 태국 바트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아시아 경제위기가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IMF의 처방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일부 학자와 언론들이 IMF 구제금융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IMF의 자매기관인 세계은행을 비롯, 월스트리트의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바로 아시아 금융위기가 본질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취약한 금융체계로 인한 국제 신뢰도의 상실과 민간부문의 과도한 차입경영에서 기인한 것임에도 IMF는 흑자재정과 고금리 등 거시경제 목표에 중점을 둔 강력한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모건 스탠리 투자신탁의 바튼 비그스 회장도 "IMF는 아시아 국가들이 위기에서 탈출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며 "IMF가 지나친 긴축정책 요구를 철회하도록 대외적인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MIT의 로버트 솔로 교수는 일찍이 워싱턴 포스트지를 통해 "지나친 긴축정책은 아시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베리 보스워스 연구원도 "아시아에 대한 IMF의 처방은 심각한 반작용을 가져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미 뉴욕 타임스지는 7일 지난 94년 멕시코 위기당시 IMF는 95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 6.1% 후퇴한 것을 사례로 들면서 IMF 긴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8일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불황기때는 균형예산이 적절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며 "그런데도 미국과 IMF는 이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 하는가" 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IMF는 아직 이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자세다.

IMF의 한 관계자는 7일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다소 우려할 만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개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나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 등은 고금리 정책에 다소 문제가 있으나 신뢰를 상실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이에 대해 다소 절충적이다.

그는 지난 연말 세계은행 초청 강연을 통해 "현재의 아시아 위기는 거시경제 차원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나 금융체계 같은 구조적이고 미시경제적 문제 때문" 이라며 "이 때문에 거시정책을 중요시하는 IMF의 처방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 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화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금리를 높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이며 위기극복을 위해 IMF와 다른 국제금융기관과의 유기적 협조가 중요하다" 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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